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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m 세계기록 3분26초00은 아직 깨질 때가 아니다

남자 1500m 세계기록 3분26초00은 앞으로 몇 해 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1998년 7월 로마에서 히참 엘게루즈가 세운 이 기록은 28년째 그 자리에 있고, 기록을 깰 만한 선수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다시 거론된다.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시즌 후반부에 접어들며 중거리 기록 이야기가 다시 늘었기 때문이다. 감상이 아니라 숫자로 따져 보면 결론이 다르게 나온다. 이 글은 주장 하나를 세우고 근거 셋과 반론 하나로 그것을 시험한다. 결론부터 적으면, 3분26초00을 깨려면 한 선수의 재능이 아니라 몇 가지 조건이 한꺼번에 맞아야 하고, 그 조건은 아직 한 번도 같은 날 모인 적이 없다. 근거 1. 3분26초00을 400m 단위로 풀면 남는 여유가 거의 없다 1500m는 트랙 세 바퀴에 300m를 더한 3.75바퀴다. 3분26초00은 206초이므로 400m 평균은 약 54.9초, 100m 평균은 약 13.7초다. 이 속도를 3분 넘게 유지한다는 것은 400m 예선에서 통과할 만한 속도로 3.75바퀴를 도는 일에 가깝다. 세부 구간으로 나누면 어느 한 바퀴만 1초 늦어져도 최종 기록에서 그 1초는 그대로 남는다. 독자 입장에서 이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다. 세계기록 경신은 결승선에서 이기는 일이 아니라 첫 400m부터 마지막 300m까지 오차 없이 이어 붙이는 일이라는 점이다. 우승 경쟁이 치열한 결승에서는 중반에 속도가 떨어지고 마지막 바퀴에서 급가속하는 패턴이 나오기 쉽다. 이 패턴은 승부에는 유리하지만 기록에는 손해다. 근거 2. 기록을 만들려면 승부가 아니라 페이스 설계가 필요하다 세계기록급 1500m는 페이스메이커가 첫 800~1000m를 일정하게 끌어 줄 때 나온다. 요즘 대회에서는 트랙 안쪽에 빛으로 목표 속도를 보여 주는 웨이브라이트 같은 장치도 쓰이며, 이 장치가 기록 도전 경기의 표준처럼 자리 잡았다. 문제는 이 설계가 완성되려면 페이스메이커의 속도, 주자의 컨디션, 날씨, 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