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스타트 신화는 절반만 맞다

같은 트랙, 다른 구간에서 승부가 갈린다.

100m 스프린트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레이스를 구간별 수치로 뜯어보면 통념과 다른 지점이 여럿 나온다. 반응 속도, 톱스피드, 바람, 장비까지 저마다 그럴듯한 믿음이 따라붙지만, 실제 기록과 규정을 놓고 보면 절반만 맞거나 아예 틀린 경우가 적지 않다. 자주 듣는 통념 네 가지를 구간 기록과 규정을 기준으로 하나씩 다시 짚어본다.

출발 총성과 동시에 블록을 힘껏 박차고 나가는 장면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스타트에서 앞선 선수가 결승선까지 그 우위를 유지한다고 믿기 쉽다. 반응 시간 수치가 매 경기 중계 화면에 바로 뜨는 것도 이런 인식을 굳힌다.

그러나 실제 구간 기록을 보면 승부는 대개 50~80m 구간, 이른바 톱스피드 구간에서 갈린다. 스타트에서 0.02초쯤 늦게 반응한 선수도 이 구간에서 최고 속도를 더 오래 유지하면 충분히 역전한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순간 최고 속도가 대부분 60~80m 사이에서 찍힌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스타트는 유리한 조건 하나일 뿐, 승부를 확정 짓는 변수는 아니다.

몸이 가벼울수록 빠르다

체중이 가벼우면 몸을 앞으로 밀어내기 쉬울 거라는 직관은 자연스럽다. 마라톤처럼 오래 버텨야 하는 종목의 이미지가 스프린트에도 그대로 옮겨붙은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100m는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지면에 쏟아내야 하는 종목이다. 관건은 체중 자체가 아니라 체중 대비 근력, 즉 파워 대 체중비다. 정상급 스프린터들의 신체 조건을 살펴보면 오히려 하체 근육량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가볍기만 하고 지면 반발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톱스피드 구간에서 오히려 밀린다. 체중을 인위적으로 줄이려다 근력까지 함께 잃으면 최고 속도 자체가 낮아지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뒷바람이 강할수록 무조건 유리하다 — 반은 맞다

뒤에서 바람이 불면 몸이 앞으로 밀리니 기록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순풍이 불 때 기록이 좋아지는 경향은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

다만 여기엔 상한선이 있다는 사실이 자주 빠진다. 세계육상연맹 규정상 뒷바람이 초속 2.0m를 넘으면 그 기록은 순간 기록으로만 남을 뿐 공인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즉 바람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맞지만, 일정 세기를 넘어서면 오히려 그 레이스 자체가 '기록판 밖'으로 밀려나는 셈이다. 대회 발표 자료에 풍속이 항상 함께 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같은 기록이라도 풍속 수치 하나에 따라 공인 여부가 갈리기 때문에, 팬들도 순위표만큼이나 풍속란을 함께 확인하는 습관을 들일 만하다.

스타트 총성이 울린 순간의 반응 시간은 보통 0.1초 안팎의 근소한 차이로 갈린다. 맨눈으로는 그 미세한 차이를 거의 구분하기 어렵지만, 중계 화면 하단에 수치로 뜨는 순간 시청자는 그 선수가 이미 앞서 나갔다고 단정 짓기 쉽다. 실제 순위는 몇 초 뒤에나 결정되는데도 말이다.

카본플레이트 스파이크만 신으면 무조건 빨라진다

마라톤화 반발 기술이 화제가 된 이후, 트랙 스파이크에도 같은 기술이 적용되면 기록이 자동으로 단축될 거라는 기대가 커졌다. 장비 하나로 기록이 크게 바뀐다는 서사는 누구에게나 그만큼 매력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트랙 종목에는 신발 밑창의 두께, 이른바 스택 높이 자체에 상한 규정이 걸려 있다. 세계육상연맹은 단거리 트랙화의 스택 높이에 상한을 두어 반발 기술이 무한정 적용되지 못하도록 관리한다. 규정 범위 안에서 반발력을 얼마나 잘 끌어내느냐가 관건이지, 신발만 바꾼다고 개인 기록이 저절로 몇 초씩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결국 훈련으로 만든 근력과 주법이 뒷받침돼야 장비 효과도 의미가 생긴다.

통념실제
스타트가 승부를 정한다50~80m 톱스피드 구간이 더 크게 좌우
가벼울수록 빠르다체중보다 파워 대 체중비가 중요
뒷바람은 무조건 유리초속 2.0m 초과 시 기록 불인정
스파이크가 기록을 만든다스택 높이 규정 안에서만 반발력 허용

레이스 하나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뿐 아니라 구간마다 찍히는 속도 수치를 함께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중계 화면에서도 구간별 속도 그래프를 함께 보여주는 경우가 늘고 있어, 예전보다 이런 흐름을 직접 확인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결국 100m는 총성이 울리는 순간부터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까지, 모든 구간이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승부에 관여하는 종목이다. 어느 한 구간의 통념만 붙들고 있으면 레이스의 절반밖에 읽지 못한 셈이고, 다음 경기를 볼 때는 그 나머지 절반을 채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관전법이다.

이 중 하나만 기억한다면 톱스피드 구간 이야기를 챙기는 편이 좋다. 스타트 장면만 보고 승부를 예단하기보다, 중반 구간에서 누가 속도를 더 오래 유지하는지를 보면 레이스가 훨씬 다르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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